그들만의 이야기 그들만의 이야기: 7-2 만남 2014/11/18 10:57 by Mirdog

  " 안녕하세요. 이준혁이라고 합니다. 저는 3수생이구요. 작년에 이어서 올해 또 수능을 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올해 반장을 맡겨 주셨는데,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무난했다. 아니, 실은 그냥 별 감흥이 없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나는 그냥 한명이 올라오고 인사하고 내려가고 올라와서 인사하고 내려가고 그럴때마다 기계적으로 박수를 칠 뿐이었다. 재미 없었다. 내 차례가 다가오는게 부담스러웠다. 내 정체를 밝히는게 매우...

 그렇게 한명 한명 보내면서 부담감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땅이 흔들리는것 같았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한걸음 한걸음 억지로 떼내어 교탁위로 겨우 올라갔다. 나도 모르게 등 뒤로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다. 낯선 사람들 앞에 오래간만이라 그럴까? 아니. 어쩌면 남중 남고 출신에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 스타일이었던 것에 대한 부담감일까? 사람들의 눈빛을 볼수가 없었다. 교탁 앞에 섰다. 혼자 서 있을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가고 있었다. 나는 양손으로 교탁을 짚으며 몸을 지탱했다. 유난히 긴 앞머리가 시야를 가렸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내 긴 머리 사이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저 별 감흥없이 날 바라보는 눈이었다.

 "후..."

 한숨이 나왔다. 무어라 시작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문득 앞 사람들을 따라 하는것은 싫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낯선 이들 앞에서 말 하는게 싫어 이렇게 다리까지 후들후들 떨리고 있는데 갑자기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준비된게 없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놀던 식으로 하면 분명 여기서 또 도라이 취급을 받을 것이다. 허리를 서서히 펴고 쟈켓 깃을 여미었다. 그리고 다시 교탁을 짚으며 입을 서서히 떼었다.

 "안녕하세요. 이정민이라고 합니다."

 음 그렇구나 하는 눈빛들을 읽을 수 있었다.

 "휴..."

 또 한숨이 나왔다.

 "저는... 88년 생이구요..."

 순간적인 정적. 그리고 갑작스레 들려오는 웅성거림.

 "뭐라고?"

 누군가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뭐지? 뭐때문이지? 모두가 당황을 하고 나도 당황을 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만이 그 이유를 안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당황스러웠다. 겨우 나이를 밝혔을 뿐인데 이런 분위기가 나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순간 얼굴이 빨개졌을 것이다. 하지만 긴 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리라...

 "잘 부탁 드립니다."

 한마디를 하고 내려 왔다. 마치 억겁의 시간이 흐른것 마냥 정신이 없었다. 그랬다. 모두들 자기 소개를 하는 동안 나는 멍하게, 기계적으로 박수를 쳤다. 그다지 생각이 없었다. 아니, 혼란스러워서 머리가 백지화 되었으려나? 모두의 자기 소개가 끝나고 선생님이 교탁에 다시 올라왔다.

 "음.... 다들 자기 소개 잘 들었다. 일단 반장 준혁이가 각자 이름들 잘 파악하도록 하고... 아 근데 이정민이라고 했나?"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반갑다는 식으로.

 그 순간 생각이 들었다. 왠지 이 망할 학원생활.... 순탄치 않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덧글

댓글 입력 영역


구글 애널리틱스

네이버 애널리스틱스

유니타스 로티플

파블로 체험단 관련